왕관을 벗어던지고 전편

미치루
자, 잠깐만, 어디 갈 생각이야!? 아키라!
지금 한창 레뷰 중이라구!?
아키라
막이 오르면 그 뒤는 연기자가 무대를 이끈다.
저 자리에 있는 것은 우수한 자들뿐이다.
미치루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디로 갈 생각이야?
아키라
미치루 덕분에 나는 수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수많은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아키라
생명의 불꽃은 찰나이지만
끊임없이 반짝이는 것은 새하얀 백금
아키라
사람의 무대는 찰나이지만
영원히 이어지는 것은 왕의 무대
아키라
[프라우 플라틴] 유키시로 아키라
신이 없는 무대에 왕의 빛을!
아키라
미치루 덕분에 나는 수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수많은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아키라
하지만―― 아직 서지 않은 무대가 있다.
피를 끓게 하고 정열을 맞부딪치는...
아키라
오토리 미치루. [너와] 싸우는 무대에――
[네가] 진심을 드러내는 무대에, 아직!
아키라
자, 막을 열자.
우리만의 레뷰의 막을!
미치루
어째서!?
어째서 미치루와 아키라가 싸워야 하는 거야!
아키라
말했잖아.
진심인 미치루와 싸우고 싶기 때문이다.
미치루
그런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정말!
미치루
남의 기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대로 무대를 시작하고...
여전히 무대밖에 모르는 바보라니까!
아키라
[그렇게 머리가 좋은 아키라는 싫다]...
그렇게 투덜댔지만...
아키라
나는 계속 감사하면서도 불만이었다.
똑똑하고 총명하고 이해력도 무척 좋은 미치루가... 항상.
아키라
시오리한테 스스로 망토를 떨어뜨려 승리를 양보했다더군.
[나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라고...
아키라
시오리가 그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새삼 떠올렸다.
아키라
나에게 주역을 연기시키기 위해서...
미치루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 왔던 것일까.
아키라
나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미치루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을까.
미치루가 자신의 무대에 서 있지 않은 것도 모르고...
미치루
포기하지 않았어...
포기한 적 없다구.
미치루
왜냐하면 미치루는 아키라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 있는걸.
아키라의 [왕의 무대]에서 보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미치루는 무대에 서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서...
아키라
['헌신'을 바쳐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의 무대였으면 해]...
후미한테는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키라
[후미가 '헌신'을 바쳐야 하는 건 후미 자신의 무대였으면 해]...
[미치루처럼 누군가를 핑계 삼아
자기 무대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해].
아키라
후미 또한 감사하고 있었다. 미치루 덕분에 망설임이 사라졌다고...
그리고...동시에 걱정하고 있더군.
아키라
[미치루는 재상이라는 역할에 얽매여서
아키라를 주역으로 하겠다는 계약에 속박되어... 자신의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미치루
...정말 입이 가볍다니깐, 유메오지 자매는.
쓸데없는 참견이야, 정말.
아키라
미치루의 노력으로 나는 [프라우·플라틴]이라는 옥좌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키라
하지만... [나를 왕으로 만든다].
그날의 그 계약이... 미치루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면...
미치루
그러니까, 미치루는 포기 같은 거 한 적...!
아키라
[왕좌지재]... 사람들은 미치루를 그렇게 부른다.
왕을 지탱하는 최강이자 최고의 재상이라고.
아키라
그러나―― 왕과 같은 힘이 없으면 왕을 보좌할 수 없다.
아키라
그래... 나는 계속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알 수 있어.
미치루 역시... [왕]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아키라
[프라우 플라틴]을 둘러싸고
나와 무대에서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토리 미치루... 너는 혼자서도 [왕]이 될 수 있었던 무대소녀다!
미치루
큭...!
평가해 주는 건 고맙지만 말야,
가능하면 좀 더 다정하게 해줄 순...
아키라
훗... 그래, 그 여유야.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키라
나는 마지막 무대에서 전인미답, 전무후무한 [엘리시온]을 창조하겠다.
사상 최강의 [프라우 플라틴]으로서.
아키라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무대를 만들 연료가.
아키라
야치요와 메이팡은 기사의 껍질을 부수고 날개를 쳤다.
시오리도 스스로 걷기 시작했지.
아키라
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엘리시온]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아키라
필요한 것이다... [프라우·자피어] 오토리 미치루.
내가 완전히 불사르기 위해선 너와의 격돌이!
아키라
역사를 넘어서려면――
지금까지의 무대를 뛰어넘는 충격, 고열, 연료가 필요한 것이다!
아키라
그래――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왕]과 [왕]이 부딪히는 것처럼.
아키라
아무도 본 적 없는 [엘리시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그 무대에서 완전히 불태우기 위해서도――
아키라
아무도 아직 본 적 없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진심으로 맞부딪치는 무대가 필요한 것이다!
아키라
최고이자 최후의 [엘리시온]으로 전부 불사르기 위해서는...
진심을 다하는 [프라우 자피어]가! 진심을 다하는 오토리 미치루가!!
미치루
진심진심... 끈질겨...!
미치루는 항상 진심이야!
미치루
아키라를 무대에서 누구보다 가장 빛나는 왕으로 만드는 것!
그 일에 미치루는 언제나 진심이야!
미치루
왜냐하면... 아키라가 관객을 매료시킨다면 [우리들]의 승리니까!
아키라가 최고로 반짝이고 있다면,
미치루는 조연이라도... 무대에 서지 않아도!
아키라
우리――?
아니야. 그건... 미치루의 소원을 내가 대신 이룬 것일 뿐이야.
아키라
미치루에게도 있을 테지.
미치루가 주연인 미치루만의 무대가.
아키라
너 자신이 원하고 너 자신이 서야 할 무대가 있을 거다!
스스로 혼자 서야 할 무대가!
미치루
미치루가 혼자...!?
그러니까, 됐다니까 나는!
미치루
애초에 미치루가 주역인 무대를 보고 싶은 사람 따위...!
아키라
무대소녀 오토리 미치루를 봐 온 내가――
여기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