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거룩한 밤에 푸른 폭풍은 휘몰아치고~

■크리스마스 캐롤~거룩한 밤에 푸른 폭풍은 휘몰아치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기하게 된 세이쇼와 세이란의 선발 멤버들.
마히루와 나나와의 재회를 기뻐하는 스즈와 히사메를 타이르고,
코하루는 완벽한 연기로 주연을 완수할 것을 맹세하지만…
거룩한 밤에 푸른 폭풍이 휘몰아친다――!?

 

등장 학교	세이쇼, 세이란
등장 캐릭터	코하루, 스즈, 히사메, 마히루, 마야, 나나
관련 카드
관련 메모리얼
관련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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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란 종합 예술학원

스즈

~♪ ~♪

 

히사메

~♪ ~♪

 

스즈

이제 완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네~.

 

히사메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려오면 연말이구나 싶어요.

 

스즈

올해는 특히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가 되겠지!

 

히사메

네. 올해 크리스마스는 세이쇼 음악학교와의 교류 프로그램이 있으니까요.

 

스즈

마히루와 만나는 게 정말 기대돼!

 

히사메

저도 나나와 만나는 걸 마음속으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코하루

둘 다 너무 들떴잖아. 교류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 학생의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세이란을 대표해서 우리 셋이 가는 거니까 공손하게...

 

스즈

말은 그렇게 해도! 코하루도 텐텐하고 같은 무대에 서는 걸 기대하고 있잖아?

 

코하루

흠흠. 텐도 앞에서 그런 식으로 부르면 안 돼.

 

스즈

왜~ 귀엽잖아, 텐텐. 텐도 마야라고 하면 어쩐지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가 있는데, 텐텐이라고 하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잖아.

 

코하루

텐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텐텐이라고 하는 것도 금지야.

 

스즈

뭐야~ 왜~?

 

코하루

자, 가자.

 

히사메

너무 들떠 있잖아요, 스즈.

 

스즈

히사메도 들떠 있... 아! 잠깐 기다려~!

 

나나

세이란 친구들은 언제쯤 오려나~?

 

마야

이제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요...

 

마히루

기대되네~. 세이란하고의 교류 프로그램.

 

나나

나 있지, 실은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어.

 

마히루

나도! 이불에 들어가서도 두근거려서 잠이 잘 안 오더라... 텐도는 잘 잤니?

 

마야

네. 저는 푹 잤어요... 2시간 정도.

 

마히루

2시간이라니, 거의 못 잤잖아! 텐도, 괜찮아?

 

마야

수면은 양보다 질이니까요. 2시간 숙면을 취하면 충분해요.

 

나나

마야도 코하루를 만나는 게 기대됐구나.

 

마야

...윽.

 

마히루

카렌네도 세이란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을 텐데.

 

나나

맞아. 다들 다음에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마야

아이조와 카구라는 시크펠트로, 하나야기와 이스루기는 린메이칸으로, 사이조와 호시미는 프론티어로, 각 팀이 서로 다른 학교로 공부하러 떠났죠.

 

마야

우리도 세이란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이조를 비롯해 모두의 몫까지 제대로 해서 프로그램을 완수하도록 하죠.

 

마히루

응! 다른 학교로 간 친구들에게 지지 않도록 우리도 힘내자!

 

 

네. 응!

 

스즈

마히루~~~!

 

마히루

아! 스즈!

 

스즈

마히루~~! 보고 싶었어~!

 

마히루

나도 보고 싶었어~!

 

스즈

마히루와 무대를 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해! 크리스마스에 감사! 산타 할아버지, 고마워요~!

 

히사메

스즈. 들뜨지 말라고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요.

 

나나

히사메♪

 

히사메

나나. 이번에는 잘 부탁해요.

 

나나

히사메와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어.

 

히사메

저도 마찬가지예요.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야

야나기, 세이쇼 음악학교에 잘 오셨어요. 세이란 종합 예술학원과의 교류 프로그램은 저희도 기대하고 있었어요.

 

코하루

맞이해 주셔서 감사해요. 두 학교에 유익한 교류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어요.

 

스즈

자, 그런 딱딱한 인사는 그만 하고. 다들 잘 부탁해~!

 

코하루

스즈!!

 

스즈

히사메~. 코하루가 화냈어~.

 

히사메

당연히 화내죠. 세이란 학생으로서 조금은 공손하게 행동하세요.

 

스즈

으윽, 칠면조.

 

히사메

칠면조?

 

스즈

주변은 적 뿐이고 내 편이 아무도 없으니까. 어라? 칠면조가 아니었나?

 

마히루

혹시 사면초가 말이니?

 

스즈

그래, 맞아! 역시 마히루야!

 

 

하아...

 

마야

후훗. 그럼 연습실로 안내할게요.

 

마사이

연출 담당인 마사이예요. 잘 부탁드려요.

 

아메미야

각본 담당인 아메미야예요. 잘 부탁드려요.

 

마사이

그럼 세이란 종합 예술학원과 세이쇼 음악학교의 교류 프로그램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동

잘 부탁드려요!

 

아메미야

우선 나눠드린 대본을 봐 주세요. 이번에 우리가 발표회에서 상연하는 작품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에요.

 

마야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면 일본에서도 수많은 극단이 상연한 명작이죠.

 

스즈

[크리스마스 캐롤]?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더라?

 

마히루

간단히 설명하면... 크리스마스 이브 밤, 구두쇠인데다 돈 버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주인공 앞에 세 유령이 나타나.

 

마히루

그 유령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인데 주인공에게 과거의 자신, 현재의 자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마야

그건 주인공에게는 괴로운 기억이었지. 그리고 비참하게 죽어 가는 미래를 알게 된 주인공은 잘못을 뉘우치고 여태까지 괴롭혀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게 되어 모두에게 사랑받게 돼...

 

나나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기적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 시기에 딱 맞는 작품이지♪

 

스즈

대단해! 세이쇼 친구들은 다 알고 있구나! 저기, 있잖아. 코하루하고 히사메는 알고 있었어?

 

코하루

네. 당연히 알고 있었죠.

 

히사메

명작이니까요.

 

스즈

뭐? 나만 몰랐던 거야?

 

히사메

공부를 더 해야겠네요.

 

스즈

...충격적인데.

 

마히루

나, 원작 소설 가지고 있으니까 다음에 빌려 줄게.

 

스즈

고마워! 마히루~!

 

마사이

자~ 여러분! 주목~!

 

아메미야

나눠드린 대본은 [크리스마스 캐롤]의 등장인물을 모두 여성으로 바꿔서 각색한 거예요. 원작하고는 대사가 많이 바뀌었으니까 주의해서 읽어 주세요.

 

일동

네!

 

마야

배역은?

 

마사이

이미 결정됐어요. 세이란 분들의 연기는 세이란의 과거 공연을 녹화한 DVD를 빌려서 체크했어요.

 

아메미야

그걸 바탕으로 저희가 배역을 결정했어요.

 

마사이

그럼 발표할게요. 주연인 엠마 스크루지 역은── 야나기 코하루.

 

코하루

네! 잘 부탁드려요!

 

마사이

엠마의 시누이, 이자벨라 스크루지 역은 미나세 스즈.

 

스즈

저요? 앗,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사이

엠마의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 스칼렛 크래칫 역은 다이바 나나.

 

나나

네!

 

마사이

그리고 과거의 유령 역은 텐도 마야. 현재의 유령 역은 츠유자키 마히루. 미래의 유령 역은 호나미 히사메에게 부탁드릴게요.

 

 

네!

 

마사이

그럼 15분 뒤부터 대본 연습을 할게요. 대본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저나 아메미야에게 물어봐 주세요.

 

일동

네! 잘 부탁드려요!

 

코하루

(세이쇼 친구들, 그리고 텐도와 함께 무대에 선다니... 솔직히 부담이 느껴져. 하지만 나라면 할 수 있어)

 

코하루

(세이란을 위해, 아니, 날 위해서라도. [크리스마스 캐롤]을 완벽히 연기해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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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연기

스즈

마히루~. 이 한자는 어떻게 읽어?

 

마히루

이건 자비라고 읽는 거야.

 

스즈

자비? 자비가 뭐야?

 

마히루

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거... 라고 해야 하나?

 

스즈

흐음~. 이런 한자는 일상 회화에서 안 쓰니까 잘 못 읽겠어~.

 

코하루

스즈. 대본에 적혀 있는 한자 정도는 직접 찾는 게 어때?

 

스즈

큰일이다. 코하루한테 들켜 버렸네.

 

코하루

우리는 세이란을 대표해서 온 거야. 조금은 그걸 자각하도록 해.

 

스즈

네~.

 

나나

히사메, 히사메♪

 

히사메

무슨 일이죠?

 

나나

유령들의 의상 디자인을 스케치해 봤는데, 이런 건 어때?

 

히사메

와아! 귀여워! 멋져요! 나나!

 

나나

이번에는 연습실에서 발표회를 하니까 의상은 없지만, 극장에서 상연할 때 이런 의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히사메

[크리스마스 캐롤]에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나나

여긴 플레어 스커트처럼 하늘하늘한 장식을 달고...

 

히사메

귀여워!

 

스즈

어디 볼까? 와! 귀여워! 나도 이런 의상을 입어 보고 싶어!

 

코하루

...휴우.

 

마야

야나기? 왜 그러시죠?

 

코하루

아, 아니에요.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달라서...

 

마야

다르다고요?

 

코하루

네. 맥이 빠졌달까...

 

코하루

모두가 각자 이 교류 프로그램에 더욱 강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야

강한 목적의식을 갖는다... 그 생각에는 찬성해요. 하지만 연습에는 온과 오프가 중요하죠. 계속 긴장하고 있으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말아요.

 

마야

쉬는 시간은 편하게 지내고, 연습 중에는 진지하게 임한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코하루

텐도가 그렇게 말한다면...

 

마사이

그럼 대본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대본 3페이지, 엠마의 시누이 이자벨라가 엠마의 회계사무소에 찾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할게요.

 

일동

네!

 

마사이

첫 대본 연습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연기해 보세요. 시작!

 

스즈(이자벨라)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정말 상쾌한 하루야! 스칼렛 씨, 메리 크리스마스]

 

나나(스칼렛)

[메리 크리스마스. 이자벨라 씨]

 

코하루(엠마)

[하아... 귀찮은 녀석이 찾아왔네]

 

스즈(이자벨라)

[내일은 크리스마스야. 이런 멋진 날에 커튼을 친 갑갑한 방에서 일을 한다니 아까워 죽겠어]

 

코하루(엠마)

[......]

 

스즈(이자벨라)

[언니! 메리 크리스마스!]

 

코하루(엠마)

[흥. 바보 같아]

 

스즈(이자벨라)

[바보 같아?]

 

코하루(엠마)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녀석들은 바보들 뿐이야. 돈도 없는 주제에 들떠 갖고선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지. 연인들은 사랑을 맹세하지만 다음날에는 잊을 게 뻔해]

 

코하루(엠마)

[그런 녀석들은 다들 얼어죽는 편이 나아]

 

스즈(이자벨라)

[언니...]

 

코하루(엠마)

[됐으니까 나한테 신경 꺼. 일하느라 바쁘거든? 축하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

 

스즈(이자벨라)

[돈 버는 거하고는 관계가 없더라도 세상에는 멋진 일들이 잔뜩 있어. 크리스마스는 말이지, 모두가 다정하고... 자...]

 

스즈

마히루. 이거 어떻게 읽는 거였지?

 

마히루

자비로우며, 야.

 

스즈

맞아! 고마워!

 

일동

(웃음소리가 난다)

 

코하루

......

 

스즈(이자벨라)

[자비로우며 사랑이 넘치는 멋진 시기란 말야!]

 

스즈(이자벨라)

[혹시 괜찮다면 내일은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지 않을래? 언니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면 쓸쓸하잖아?]

 

코하루

(이대로라면 장면이 늘어져서 지루해져. 여기서는 단장인 내가 분위기를 잡아야 해...)

 

코하루(엠마)

[너희 가족과 지낼 바에는 지옥에 떨어지는 편이 나아! 돌아가!]

 

스즈(이자벨라)

[응...? 아... 난 언니랑 사이가 좋아지고 싶을 뿐이야]

 

코하루(엠마)

[말했을 텐데! 돌아가!]

 

스즈(이자벨라)

[안 가! 언니가 함께 와 줄 때까지...]

 

코하루(엠마)

[가라니까! 정말이지 지긋지긋해! 민폐라고!]

 

스즈

......

 

마사이

좋아! 거기까지! 야나기, 지금 연기 정말 좋았어요. 느낌이 팍 왔어요.

 

나나

응. 대단했어. 분위기가 대번에 바뀌더라.

 

마히루

연기가 박진감 넘쳤달까...

 

마야

역시 대단하군요, 야나기.

 

코하루

감사합니다.

 

히사메

......

 

코하루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묘사한 19세기 런던은 도시환경이 악화됐고 거리에는 짙은 스모그가 끼어 안개 도시라고 불렸어)

 

코하루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내일 하루도 필사적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여유도 없었던데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잃어버렸다고...)

 

코하루

(엠마가 오만하고 비뚤어진 건 당시 사회 정세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히사메

코하루. 잠깐 괜찮을까요?

 

코하루

응.

 

히사메

조금 전 대본 연습 말인데요... 저기...

 

코하루

뭔데? 확실하게 말해줘.

 

히사메

코하루가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게다가, 세이쇼의 연습실에도 잘 어우러지지 못한 것 같아요.

 

코하루

......

 

히사메

고민거리가 있다면 제게 상담해 줄래요?

 

코하루

그럼, 좀더 자각하도록 해.

 

히사메

네?

 

코하루

우리는 놀러온 게 아니야. 우리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연출이나 연기를 배우러 온 거지. 그걸 더 자각해.

 

히사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진지하게...

 

코하루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말하는 거야.

 

코하루

다이바와 만나 기쁜 마음은 알겠지만, 이대로는 세이쇼를 넘어설 수 없어.

 

히사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학교와 교류하면서 함께 무대를 창조하는 게 목적이에요.

 

코하루

친목을 다질 필요는 없잖아.

 

히사메

우리는 친목을 다지고 있는 게...

 

코하루

연습과는 상관없는 걸로 무척 기쁘게 이야기하고 있던데?

 

히사메

윽! 코하루야말로 단장이니까 세이쇼 분들하고도 더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세요.

 

코하루

나름대로 취하고 있거든.

 

히사메

제 눈에는 그렇게 안 보였어요.

 

코하루

이제 그만하자. 서로의 주장이 부딪히기만 하니 시간 낭비야.

 

히사메

코하루가 엠마 스크루지로 캐스팅된 이유를 알겠어요.

 

코하루

뭐?

 

히사메

코하루와 엠마는 닮았어요.

 

코하루

그건 무슨 의미지?

 

히사메

말 그대로의 의미예요. 그럼.

 

코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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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과 후퇴

마히루

여기가 우리 교실이야.

 

스즈

오오~. 여기서 마히루네가 공부하는구나~. 마히루 자리는 어디야?

 

마히루

내 자리는 저기야.

 

스즈

항상 여기 앉아서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때로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구나.

 

마히루

수업은 제대로 듣고 있거든.

 

스즈

마히루, 옆에 앉아.

 

마히루

응. 이렇게 스즈하고 앉으니까 어쩐지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스즈

그치~. 그립다고 해야 하나, 쑥스러운 느낌인데.

 

마히루

저기, 스즈. 다음에는 어디 가고 싶어?

 

스즈

음~, 그게 말이지. 다음에는...

 

스즈

오오~! 세이쇼 대극장은 역시 넓은걸~! 스테이지 쪽을 좀 보고 와도 될까?

 

마히루

응. 허가는 받아 뒀으니까 괜찮아.

 

스즈

무대 정면 폭은 넓고, 안쪽까지의 거리도 꽤 있네. 상당히 높으니 2층짜리 미술도 설치할 수 있겠어.

 

스즈

조명기구도 갖춰져 있고, 꼼꼼하게 정비되어 있구나. 우와! 무빙 라이트까지 있잖아! 대단해~!

 

마히루

스즈, 잘 아는구나.

 

스즈

우리는 스태프 워크도 대강 배우니까 기자재에 대해서도 잘 알거든. 그래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지. 얍.

 

마히루

대단해!

 

스즈

코드를 보면 무심코 8자로 말아서 정리하는 버릇이 들었어. 자, 이렇게 하면 풀기도 간단하거든.

 

마히루

몰랐어~. 그렇게 마는 방법이 있었다니.

 

스즈

무대에 관해서라면 뭐든지 공부한다! 그게 세이란이다~! 후훗.

 

히사메

~♪ ~~♪

 

히사메

...휴우. 오늘은 이 정도로 할까요.

 

 

짝짝짝짝

 

히사메

아, 나나.

 

나나

히사메의 노래, 역시 훌륭해♪

 

히사메

몰래 들었나요?

 

나나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밖에서 들었어.

 

히사메

저기... 어땠나요?

 

나나

히사메의 역할은 엠마에게 잔혹한 미래를 보여줘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미래의 유령이잖아?

 

히사메

네.

 

나나

히사메의 노래에는 냉혹함 안에 엠마를 이끌어주려고 하는 다정함이 담겨 있어서 무척 좋았어♪

 

히사메

하아... 전해져서 다행이다. 저도 미래의 유령의 냉혹함에 담긴 다정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나

합창부의 히사메도 멋있었지만, 난 역시 무대에 서는 히사메가 좋아.

 

히사메

나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어쩐지 쑥스러워요.

 

히사메

세이란에서 몇 번이고 무대에 서는 동안에 중학생 시절의 제가 깨닫지 못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나나

좋은 동료와 만났구나.

 

히사메

...네.

 

나나

히사메?

 

히사메

고민하는 동료가 있다면, 설령 거절당하더라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나나

응! 민폐라는 소리를 들어도 몇 번이고 도울 거야! 뿌리친다고 해도 손을 내밀 거야! 그게 동료 아닐까?

 

히사메

...그렇...죠.

 

나나

히사메. 뭔가 고민이 있다면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테니까.

 

히사메

실은...

 

교류 프로그램 3일차

마사이

오늘부터 중간 연습에 들어갑니다. 대본은 들고 있어도 괜찮으니까 자유롭게 움직여 보세요.

 

마야

마사이. 어느 장면부터 시작하나요?

 

마사이

초반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과거의 유령 등장 장면부터 시작하죠. 텐도, 야나기, 부탁해요.

 

 

네!

 

코하루

......

 

히사메

코하루가 엠마 스크루지로 캐스팅된 이유를 알겠어요.

 

코하루

뭐?

 

히사메

코하루와 엠마는 닮았어요.

 

코하루

(나와 엠마가 닮았다고? 이렇게 오만하고 비뚤어진데다 쩨쩨한 사람하고 내가 닮았다는 거야?)

 

코하루

(히사메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거지?)

 

마야

야나기, 괜찮나요?

 

코하루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코하루

(지금은 쓸데없는 데 신경쓰지 말고 눈앞의 연기에 집중해야 해...)

 

코하루

(난 엠마 스크루지를 완벽히 연기해 내고 말겠어!)

 

마야(과거의 유령)

[엠마 스크루지... 엠마 스크루지...]

 

코하루(엠마)

[...누구야? 거기 누구지?]

 

코하루(엠마)

[꺄악!! 다, 당신은...?]

 

마야(과거의 유령)

[저는 과거의 유령입니다. 당신이 잊으려 하는 과거를 상기시켜 주기 위해 찾아왔지요]

 

코하루(엠마)

[...유령? 아아, 난 환상을 보고 있는 거로구나. 분명 그럴 거야]

 

마야(과거의 유령)

[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됩니다. 당신은 아직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있어요]

 

코하루(엠마)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찬스?]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의 오랜 벗, 릴리 말리의 소원이에요]

 

코하루(엠마)

[말리? 말리는 7년 전에 죽었을 텐데...]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의 친구이자 공동경영자였던 릴리 말리. 말리는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도 당신은 그 손을 뿌리치고 말았어요]

 

코하루

(대치해 보니 알겠어... 텐도의 엄청난 연기력을. 말 하나하나에 혼이 담겨 있어. 방심하면 빠져들고 말겠어)

 

마야(과거의 유령)

[고인이 된 말리는 지금 당신을 보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 비탄이 소원이 되어 저를 불러냈지요]

 

코하루

(한치의 틈도 없는 완벽한 연기... 그에 비해 내 연기는...)

 

마야(과거의 유령)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 전에 당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제 책무입니다. 자, 갑시다]

 

마사이

자! 거기까지!

 

마사이

야나기. 조금 연기가 딱딱하니까 조금 더 어깨에 힘을 빼 보세요.

 

코하루

미안해요.

 

마사이

더 자유롭게 움직여 보세요. 그럼 같은 부분부터 다시 한 번.

 

마야(과거의 유령)

[저는 과거의 유령입니다. 당신이 잊으려 하는 과거를 상기시켜 주기 위해 찾아왔지요]

 

코하루

......

 

마야

야나기?

 

코하루

미안해요. 어쩐지 잘 움직일 수가 없어서...

 

마야

괜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코하루

네?

 

마야

마사이. 이 장면은 나중에 해도 될까요? 저도 이미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거든요.

 

마사이

알겠어요. 그럼 대본 5페이지의 이자벨라와 스칼렛 장면을 시작하죠. 다이바, 미나세, 부탁해요.

 

 

네!

 

코하루

......

 

마야

괜찮나요?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

 

코하루

괜찮아요. 민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마야

민폐라니, 그럴 리가요... 역할 연구로 고민이 있다면 제게 상담하세요.

 

코하루

아뇨, 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야

......

 

코하루

(이런 걸로 질 수는 없어. 난 텐도 이상으로 반짝여야만 하는데...)

 

코하루

(완벽한 연기를 해야만 해... 완벽하고 빈틈없는 연기를...)

 

---

---

동료

교류 프로그램 4일차

스즈(이자벨라)

[언니는 불쌍한 사람이야. 돈이 있어도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는 외톨이니까]

 

나나(스칼렛)

[자 여러분! 엠마 스크루지 씨에게 감사합시다! 우리들이 이 겨울을 날 수 있는 건 그녀 덕분이니까요]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은 돈을 얻은 대신에 많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어요]

 

마히루(현재의 유령)

[지금의 런던에서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예요. 거리의 사람들은 빈곤에 고통받고 있지요]

 

히사메(미래의 유령)

[과거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을 바꾸면 미래는 변해. 모든 건 당신에게 달려있어. 엠마 스크루지]

 

코하루

(스즈도 히사메도 다들 역할을 파악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어... 나도 빨리...)

 

코하루

(엠마 스크루지는 비뚤어진 성격에 배려심이 없는 인물... 이런 사람,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런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연기하면 되겠네)

 

코하루

(주변의 사람들이 피할 것 같은 싫은 인물을...)

 

히사메

코하루와 엠마는 닮았어요.

 

코하루

(윽! 어째서, 이럴 때에...)

 

히사메

코하루?

 

코하루

!

 

히사메

괜찮아요?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코하루

응, 괜찮아. 집중력을 높이고 있었을 뿐이니까.

 

히사메

저기, 요전에 제가 코하루에게 한 말 말인데요...

 

코하루

그 일이라면 이미 신경 안 써. 나도 그만 말이 심했어.

 

히사메

아니, 그게 아니라...

 

코하루

지금은 연습 중이야.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히사메

......

 

코하루

...하아.

 

마야

야나기, 잠깐 괜찮을까요?

 

코하루

응.

 

마야

솔직히 말씀드리죠. 엠마 스크루지를 연기하는 것이 고통스럽나요?

 

코하루

그렇게... 보이나요?

 

마야

네. 굉장히 괴로워 보여요.

 

코하루

무대소녀 된 자, 어떤 역할이라도 연기해야만 해요. 제 연기가 고통스러워 보였다면 제 연습 부족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마야

아니, 탓하는 게 아니라...

 

코하루

내일 연습까지 연기 플랜을 재검토해올게요. 지적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만.

 

마야

......

 

코하루(엠마)

[부탁이야! 나는 삶의 방식을 바꾸겠어! 그러니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부탁이야!]

 

코하루

(대사는 완벽하게 외웠어. 역할의 심정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각했어. 움직임도 내 나름대로 정리했어...)

 

코하루

(그런데도,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표정도 딱딱해. 역할이 호흡하지 않아)

 

코하루

(스즈도 히사메도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어째서, 나만...)

 

코하루

(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해... 내일까지 완벽하게... 완벽하게 연기해야 해...)

 

코하루

어라...? 어째서... 눈물이...

 

코하루

윽...흐윽...

 

코하루

나는 세이란을 대표해서... 흐윽... 이런 곳에서 멈춰 서서는 안되는데... 윽.

 

스즈

코하루 미안. 들어갈게.

 

히사메

실례합니다.

 

코하루

...! 둘 다 어쩐 일이야? 이런 밤중에.

 

스즈

연습실 불이 켜져 있었으니까, 혹시나 하고.

 

히사메

코하루.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코하루

......

 

히사메

[크리스마스 캐롤]은 오만하고 비뚤어진 성격인 엠마 스크루지가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유령과 만나 잘못을 뉘우치는 이야기예요.

 

히사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엠마는 괴로운 과거와 잔혹한 미래를 두려워해서 잘못을 뉘우친 게 아니라, 타인에게 진심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소중함을 알게 되어 마음을 고쳐먹은 게 아닐까요?

 

코하루

......

 

히사메

제가 엠마와 닮았다고 말한 건 코하루가 마음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세이쇼를 뛰어넘고자 하는 집념만으로 코하루 혼자서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히사메

연극이란 종합예술. 예전에 코하루가 제게 가르쳐준 말이에요. 그걸 코하루 자신이 망가뜨리면 어떡하나요?

 

코하루

미안해...

 

히사메

사과해 주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의지해 줬으면 해요. 동료로서.

 

코하루

......

 

스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히사메가 전부 다 말해버렸지만 말이지. 무대는 즐거운 거잖아. 우리들이 무대를 즐기지 않으면 관객들에게 즐거움은 전해지지 않아!

 

히사메

그건 그렇지만 스즈는 조금 장난이 지나쳐요.

 

스즈

뭐~! 지금 애써 좋은 말을 했는데!

 

히사메

오늘 연습에서도 갑자기 애드리브를 넣었잖아요?

 

스즈

그치만 말하고 싶어졌으니까...

 

히사메

그게 장난이 지나치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코하루

푸흡... 후훗.

 

스즈

아! 코하루가 웃었다!

 

코하루

고마워. 두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어.

 

코하루

히사메의 말대로 나는 좀 더 세이쇼의 모두와 대화를 해야만 했어. 좀 더 마음을 열어야만 했어.

 

스즈

응. 점잖은 코하루보다 지금의 코하루인 편이 몇십 배나 매력적이니까 세이쇼의 모두에게도 지금의 코하루를 보여주자.

 

히사메

지금의 얼굴, 근사해요.

 

코하루

......

 

마야

실례합니다.

 

코하루

텐도?! 거기다 다이바와 츠유자키까지!

 

마야

들어가도 될까요?

 

코하루

응, 물론이야.

 

마야

학교를 통해 허가는 받았으니 안심해 주세요.

 

나나

와아. 여기가 세이란의 연습실이구나.

 

마히루

연습실에 조명과 음향 기재, 무대 세트도 있구나!

 

코하루

저기, 무슨 일이신가요? 일부러 세이란까지 오시다니.

 

마야

야나기. 자율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

 

코하루

응?

 

마야

언제나 우리 학교까지 와주고 있는데 때로는 세이란에서 연습을 하는 건 어떨까 하고요.

 

나나

그러는 편이 코하루도 하기 편하지 않을까?

 

마히루

언제나 사용하는 연습실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코하루

...여러분.

 

마히루

야나기는 단장이니까 우리에게 좀 더 제멋대로 굴어도 괜찮아.

 

마야

네. 야나기가 하고 싶은 표현을 우리에게 부딪혀 와주세요.

 

나나

맞아 맞아. 사양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든 말해줘.

 

스즈

잘 됐네. 코하루.

 

코하루

...응.

 

코하루

여러분, 감사합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 이제 괜찮아요.

 

코하루

저, 야나기 코하루는 단장으로서 여기 선언합니다. 반드시 [크리스마스 캐롤]을 성공시키겠다고... 그러니! 여러분의 힘을 빌려주세요!

 

일동

응! 네!

 

---

---

크리스마스 캐롤

연습실 발표회 공연

나나(스칼렛)

[으으, 추워라. 엠마 씨, 다녀왔어요]

 

코하루(엠마)

[스칼렛. 꽤 늦었네]

 

나나(스칼렛)

[죄송해요.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어딜 가나 가게들이 빨리 문을 닫았거든요. 잉크를 사는 데 옆 동네까지 가야 했어요]

 

코하루(엠마)

[설명은 됐고, 얼른 일하도록 해. 잘리기 싫다면 말이지]

 

나나(스칼렛)

[...네. 바로 시작하지요]

 

코하루(엠마)

[그리고 자선단체가 와도 기부 따위는 하지 말고. 이 시기가 되면 녀석들이 다른 사람의 지갑을 노리고 빠짐없이 몰려든단 말이지]

 

스즈(이자벨라)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정말 상쾌한 하루야! 스칼렛 씨, 메리 크리스마스]

 

나나(스칼렛)

[메리 크리스마스. 이자벨라 씨]

 

코하루(엠마)

[하아... 귀찮은 녀석이 찾아왔네]

 

스즈(이자벨라)

[내일은 크리스마스야. 이런 멋진 날에 커튼을 친 갑갑한 방에서 일을 한다니 아까워 죽겠어]

 

스즈(이자벨라)

[언니! 메리 크리스마스!]

 

코하루(엠마)

[흥. 바보 같아]

 

스즈(이자벨라)

[바보 같아?]

 

코하루(엠마)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녀석들은 바보들 뿐이야. 돈도 없는 주제에 들떠 갖고선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지. 연인들은 사랑을 맹세하지만 다음날에는 잊을 게 뻔해]

 

코하루(엠마)

[그런 녀석들은 다들 얼어죽는 편이 나아]

 

스즈(이자벨라)

[언니...]

 

코하루(엠마)

[됐으니까 나한테 신경 꺼. 일하느라 바쁘거든? 축하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

 

스즈(이자벨라)

[돈벌이하고는 관계가 없더라도 세상에는 멋진 일들이 잔뜩 있어. 크리스마스는 말이지, 모두가 다정하고 자비로우며 사랑이 넘치는 멋진 시기인걸]

 

스즈(이자벨라)

[혹시 괜찮다면 내일은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지 않을래? 언니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면 쓸쓸하잖아?]

 

코하루(엠마)

[너희 가족과 지낼 바에는 지옥에 떨어지는 편이 나아. 자, 돌아가]

 

스즈(이자벨라)

[난 언니랑 사이가 좋아지고 싶을 뿐이야]

 

코하루(엠마)

[말했을 텐데. 돌아가]

 

스즈(이자벨라)

[안 가. 언니가 함께 와 줄 때까지...]

 

코하루(엠마)

[가라니까! 정말이지 지긋지긋해! 민폐라고!]

 

스즈(이자벨라)

[나는 그저...]

 

코하루(엠마)

[돌아가!]

 

스즈(이자벨라)

[...알았어. 갈게. 혹시 생각이 바뀌면... 아니, 더 이상 말해도 소용없겠지. 언니, 건강 조심하고]

 

코하루(엠마)

[하아... 나도 오늘은 돌아갈래. 스칼렛, 문단속 부탁해. 그리고 내일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지각하지 말고. 지각하면 급료에서 뺄 거야. 그럼 내일 봐]

 

나나(스칼렛)

[엠마 씨. 메리 크리스마스]

 

엠마네 집 침실

코하루(엠마)

[흥. 메리 크리스마스는 무슨. 쓸데없는 짓이야.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 하늘에서 1페니가 떨어지기라도 하나]

 

 

댕~ 댕~

 

코하루(엠마)

[어머? 이런 밤 늦은 시간에 종이 울리다니...]

 

마야(과거의 유령)

[엠마 스크루지... 엠마 스크루지...]

 

코하루(엠마)

[...누구야? 거기 누구지?]

 

코하루(엠마)

[꺄악!! 다, 당신은...?]

 

마야(과거의 유령)

[저는 과거의 유령입니다. 당신이 잊으려 하는 과거를 상기시켜 주기 위해 찾아왔지요]

 

코하루(엠마)

[...유령? 아아, 난 환상을 보고 있는 거로구나. 분명 그럴 거야]

 

마야(과거의 유령)

[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됩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코하루(엠마)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의 오랜 벗, 릴리 말리의 소원이에요]

 

코하루(엠마)

[말리? 말리는 7년 전에 죽었을 텐데...]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의 친구이자 공동경영자였던 릴리 말리. 말리는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도 당신은 그 손을 뿌리치고 말았어요]

 

마야(과거의 유령)

[고인이 된 말리는 지금 당신을 보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 비탄이 소원이 되어 저를 불러냈지요]

 

마야(과거의 유령)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 전에 당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제 책무입니다. 자, 갑시다]

 

코하루(엠마)

[그리하여 난 과거의 유령이 이끄는 대로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버려진 기억, 그리고 일에 열중하다 연인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코하루(엠마)

[사람은 언젠가 떠나지만, 돈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내 기억...]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은 돈에 집작한 나머지 연인에게 버림받고 친구인 공동경영자도 먼저 세상을 떠나 외톨이가 되었죠. 사람들은 지금의 당신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까요?]

 

코하루(엠마)

[시끄러워! 날 그만 내버려 둬!]

 

마야(과거의 유령)

[당신은 돈을 얻은 대신에 많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어요]

 

코하루(엠마)

[사라져!]

 

코하루(엠마)

[하아... 하아... 무서운 환상이야... 지쳤어... 자고 싶어...]

 

 

댕~ 댕~

 

코하루(엠마)

[앗! 또 종소리가...? 이번엔 뭐야!]

 

마히루(현재의 유령)

[엠마 스크루지 씨, 안녕하세요]

 

코하루(엠마)

[...넌?]

 

마히루(현재의 유령)

[전 현재의 유령입니다. 당신에게 지금을 알려 주기 위해 찾아왔지요]

 

코하루(엠마)

[어머? 꽤나 사랑스러운 유령이구나]

 

마히루(현재의 유령)

[어쩐지 부끄럽네요~. 자, 제 날개를 만지세요. 당신에게 멋진 광경을 보여 드리죠]

 

코하루(엠마)

[정말이지? 아까 그 유령처럼 이상한 환상을 보여 주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마히루(현재의 유령)

[괜찮아요. 그럼 가실까요]

 

코하루(엠마)

[으응? 눈부셔! ...여기는?]

 

마히루(현재의 유령)

[스칼렛 크래칫 씨의 집이에요. 아무래도 가족들이 모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나나(스칼렛)

[주여. 오늘 주신 양식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이라는 멋진 날을 감사드립니다. 아멘. 식사하죠]

 

코하루(엠마)

[...가난한 식사네]

 

마히루(현재의 유령)

[이 집에서는 저런 식사조차 하기 힘들답니다]

 

코하루(엠마)

[우리 모습은 보여지고 있어?]

 

마히루(현재의 유령)

[아뇨. 우리의 모습과 목소리 모두 스칼렛 씨네 가족은 인식할 수 없어요]

 

나나(스칼렛)

[자 여러분! 엠마 스크루지 씨에게 감사합시다! 우리들이 이 겨울을 날 수 있는 건 그녀 덕분이니까요]

 

코하루(엠마)

[뭐? 왜지? 날 미워하고 있을 텐데...]

 

마히루(현재의 유령)

[미움을 받을 만한 일이라도 했나요?]

 

코하루(엠마)

[스칼렛에게는 항상 날선 태도로 대하니까...]

 

마히루(현재의 유령)

[지금의 런던에서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예요. 거리의 사람들은 빈곤에 고통받고 있지요]

 

마히루(현재의 유령)

[설령 당신이 주는 쥐꼬리만한 급료라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데에 스칼렛 씨는 감사하고 있는 것일 테죠]

 

코하루(엠마)

[......]

 

마히루(현재의 유령)

[자, 다음으로 가 볼까요]

 

코하루(엠마)

[여기는...? 그래, 맞아. 본 적이 있어. 이자벨라의 집이야]

 

스즈(이자벨라)

[언니는 불쌍한 사람이야. 돈이 있어도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는 외톨이니까]

 

나나(이자벨라의 남편)

[자업자득이야. 아무도 엠마 스크루지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고 하지는 않을걸. 너도 그런 여자를 언니라고 생각할 필요 없어]

 

코하루(엠마)

[흥. 그런 건 내 쪽에서 사절이야. 이런 보잘것없는 파티에 부를 필요 없어]

 

스즈(이자벨라)

[그래. 모두에게 미움을 받지.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잖아.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모여서 지내야 해]

 

스즈(이자벨라)

[난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언니를 크리스마스 파티에 부를 거야. 왜냐면 언니가 행복해지길 바라는걸]

 

코하루(엠마)

[...이자벨라]

 

마히루(현재의 유령)

[내가 당신을 데려오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마지막 유령에게 바톤터치를 하죠]

 

코하루(엠마)

[마지막 유령이라니...? 윽, 눈부셔!]

 

코하루(엠마)

[여기는... 묘지? 거리 외곽의 공동묘지잖아]

 

히사메(미래의 유령)

[나는 미래의 유령. 네게 언젠가 찾아올 운명을 보여주는 자]

 

코하루(엠마)

[미래라니... 설마...]

 

히사메(미래의 유령)

[저기 있는 것이 너의 미래. 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있다]

 

마야(조문객A)

[이 여자, 가족들도 연을 끊었다며. 자기가 번 돈을 끌어안은 채로 결국에는 아무에게도 간호를 받지 못한 채 죽었단 말야]

 

마히루(조문객B)

[저 세상에 돈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멍청한 여자로군]

 

코하루(엠마)

[아아! 이럴 수가!]

 

히사메(미래의 유령)

[이것은 언젠가 네게 찾아올 미래]

 

코하루(엠마)

[내게 이런 걸 보여주지 마!]

 

히사메(미래의 유령)

[이곳이 네 종착역. 네가 바란 최후]

 

코하루(엠마)

[이제 그만해! 그래... 맞아. 첫 번째 유령은 내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했어]

 

코하루(엠마)

[부탁이야! 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겠어! 그러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부탁이야!]

 

히사메(미래의 유령)

[과거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을 바꾸면 미래는 변해. 모든 건 당신 하기 나름이야. 엠마 스크루지]

 

엠마네 집 침실

코하루(엠마)

[! 나... 살아 있어. 나, 살아 있다고!!]

 

코하루(엠마)

[창 밖이 밝아... 아침이 왔구나. 잠깐, 거기 너!]

 

마히루(지나가던 소년)

[응? 나 말야?]

 

코하루(엠마)

[오늘은 며칠이지?]

 

마히루(지나가던 소년)

[오늘?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코하루(엠마)

[크리스마스... 그럼 유령들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바로 준비해야 해!]

 

엠마의 사무소

코하루(엠마)

[...역시 스칼렛은 아직 오지 않았군]

 

나나(스칼렛)

[죄송해요! 늦었습니다!]

 

코하루(엠마)

[스칼렛. 지금 몇 시지?]

 

나나(스칼렛)

[죄송합니다... 18분 지각이에요]

 

코하루(엠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나(스칼렛)

[두 번 다시 지각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해고만은...]

 

코하루(엠마)

[네 급료를 두 배로 올리겠어]

 

나나(스칼렛)

[네...? 반이 아니라 두 배라고요?]

 

코하루(엠마)

[그래. 여태까지 열심히 일해 줬잖아. 고마워, 스칼렛]

 

나나(스칼렛)

[...엠마 씨? 무슨 일 있었나요?]

 

코하루(엠마)

[후훗. 아, 그리고 자선단체가 오면 기부하도록 해. 얼마든지 수표를 끊어도 상관없어. 회사가 망하지 않을 정도라면]

 

이자벨라의 집

코하루(엠마)

[이자벨라. 들어가도 될까?]

 

스즈(이자벨라)

[언니! 정말로 와줬구나...]

 

코하루(엠마)

[오늘은 사과하러 왔어. 미안해]

 

스즈(이자벨라)

[......]

 

코하루(엠마)

[내가 잘못했어. 나는 아직 언니 자격이 있을까?]

 

스즈(이자벨라)

[물론이지. 우리는 가족인걸]

 

코하루(엠마)

[고마워. 내가 변한 건 네가 날 버리지 않은 덕분이야]

 

스즈(이자벨라)

[메리 크리스마스! 대환영이야! 언니!]

 

코하루(엠마)

[메리 크리스마스. 이번에는 내가 널 행복하게 할 차례야. 이자벨라]

 

히사메(나레이션)

[이리하여 엠마 스크루지는 여태까지 모아 둔 돈을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썼다. 좋은 주인이 되었고 좋은 언니가 되었으며 좋은 인간이 되었다]

 

히사메(나레이션)

[그리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진정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엠마 스크루지라고...]

 

---

---

새로운 무대로

스즈

저기~. 정말 나라도 괜찮아?

 

히사메

이런 건 스즈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마야

미나세, 부탁해요.

 

스즈

그럼 부족하지만... 세이쇼 음악학교와 세이란 종합 예술학원의 교류 프로그램... 음~, 연습실 발표회의... 어~, [크리스마스 캐롤]의...

 

코하루

스즈. 길어.

 

스즈

역시 나하고는 안 맞아! 히사메~.

 

히사메

공연 성공을 축하하며, 건배!

 

스즈

장점 배우기~!

 

일동

건배~!

 

마히루

이걸로 교류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네.

 

스즈

조금이 아니야! 난 엄청 쓸쓸해~! 마히루~.

 

마야

야나기가 연기한 엠마 스크루지. 저는 본 공연의 엠마가 가장 좋았어요.

 

코하루

고마워요. 여러분이 자율 연습에 어울려주신 덕분이에요.

 

코하루

엠마를 연기하고 느낀 게 많은데요, 저는 역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스즈

나는 이자벨라에게서 소중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구하려 하는 강인함을 배웠어~.

 

히사메

저는 미래의 유령을 연기하면서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정함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엄격함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나나

난 엠마에게 휘둘리는 스칼렛을 연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마히루

현재의 유령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퍼크 같은 이미지였으니까 귀여운 유령을 의식해서 연기해 봤는데...

 

스즈

귀여웠어!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어!

 

마야

후훗. 모두들 각자 얻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코하루

역시 세이쇼는 대단해요. 무대소녀 한 사람 한 사람이 강한 개성과 반짝임을 내뿜는 무대를 창조하고 있어요.

 

코하루

그리고 각자의 반짝임이 서로를 지우지 않고 융화되어 더욱 강한 반짝임을 내뿜죠... 새삼스럽지만 공부가 됐어요.

 

마야

아뇨. 저희야말로 세이란 여러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네?

 

마야

야나기, 미나세, 호나미. 여러분은 세 명이 서로 의지하면서 하나의 무대를 창조하고 있어요. 그것은 서로 부딪히며 몇 번이고 대화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무대죠.

 

마야

진심으로 부딪힐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요.

 

코하루

텐도...

 

마야

저도 진심으로 부딪힐 수 있는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겠어요...

 

나나

자~. 다들 기다렸지! 요리가 완성됐어♪

 

스즈

마히루, 이게 소문의...

 

마히루

바나나의 요리야.

 

히사메

이걸 전부 나나가?

 

나나

응♪ 코하루가 좋아하는 당면을 쓴 마파당면에다가, 스즈가 좋아하는 감자튀김에는 마히루 감자를 썼어.

 

나나

그리고 히사메가 좋아하는 메밀을 반죽해서 메밀 수제비를 만들어 봤어.

 

히사메

어떻게 저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았죠?

 

나나

스즈가 알려줬어.

 

스즈

뒤풀이에서 어떤 요리를 먹고 싶은지 물어보길래 말이지~. 어머? 가르쳐주면 안 되는 거였어?

 

히사메

아뇨, 굿 잡이에요. 스즈.

 

코하루

이 퀄리티. 대단한데.

 

나나

후훗. 요리는 잔뜩 있으니 마음껏 먹어.

 

일동

잘 먹겠습니다~!

 

마히루

교류 프로그램,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났네~.

 

스즈

정말 순식간에 끝나 버렸어.

 

마히루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는걸.

 

스즈

나도! 공부하러 온 건데 즐거운 기억밖에 없어!

 

마히루

스즈. 다음에는 극장에서 함께 무대에 서자.

 

스즈

응! 반드시!

 

나나

...겨우 중학생 때 꿈을 이뤘네.

 

히사메

꿈?

 

나나

응♪ 히사메와 같은 무대에 서는 거. 무대에서 히사메가 노래해 주는 거. 두 가지 꿈이 동시에 이루어졌어♪

 

히사메

네. 저도 이루어졌어요. 나나와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었어요.

 

나나

응♪ 앞으로도 무대를 잔뜩 만들자♪

 

히사메

네!

 

코하루

텐도. 이번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마야

저야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이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소녀 야나기 코하루의 진가를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세이란의 저력도요.

 

코하루

저도 똑똑히 봤어요. 세이쇼의 저력과 당신이라는 높은 벽을요.

 

마야

후훗. 앞으로도 라이벌로서 절차탁마하도록 해요.

 

코하루

네. 좋은 친구로서.

 

히사메

코하루, 갈 시간이에요.

 

코하루

세이쇼 여러분. 다음 무대에서 만나요.

 

히사메

역시 세이쇼는 대단하네요. 모든 부분에서 빈틈이 없어요.

 

코하루

응. 보고 배울 점이 많았어. 세이쇼는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야. 우리는 강한 세이란을 만들어야만 해.

 

스즈

강한 세이란이라... 하지만 오늘 정도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을까?

 

스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히사메

크리스마스죠.

 

코하루

크리스마스인데, 그게 왜?

 

스즈

왜?가 아니잖아! 크리스마스라구! 온 세상이 들뜨고 왁자지껄해지는 날이란 말야!

 

 

?

 

스즈

안 되겠어... 우리 학교 학생들이나 세이쇼 사람들이나 똑같아. 무대소녀에게 크리스마스를 즐기겠다는 생각은 없는 걸까.

 

코하루

난 즐기고 있어. 무대를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

 

스즈

그것도 그렇네.

 

히사메

무대 덕분에 살아가고 있잖아요, 우리는...

 

코하루

다음 무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자, 시작하자.

 

 

응!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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